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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신작] 장동윤·씨름·에이스토리..‘모래에도 꽃이 핀다’ 기대 요인 셋

ENA 새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가 잠시 주춤했던 ENA 시청률을 되살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이하 ‘모래꽃’)는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소싯적 골목대장이자 그의 첫사랑 오유경(이주명)과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다. ENA 관계자는 “물 한방울 없는 삭막한 모래에 꽃이 핀다는 뜻이다. 서정적인 제목처럼 청춘들이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는 성장기를 아름답게 담았다”고 말했다. 현재 방영 중인 ENA 수목 드라마 ‘낮에 뜨는 달’(이하 ‘낮뜨달’)은 평균 시청률 1%대다. 배우 김영대, 표예진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오글거리는 대사 탓일지, 전작 ‘유괴의 날’이 최고 시청률 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더구나 수, 목 드라마에는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외에 적수가 없는 상황인 걸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과연 ‘모래꽃’이 수목 드라마의 승기를 가져갈지 기대 요소를 짚어봤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괴의 날’ 에이스토리 제작 ‘모래꽃’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유괴의 날’ 이후 에이스토리가 선보이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4년에 설립된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과 tvN 드라마 ‘시그널’, ‘백일의 낭군님’, ‘유괴의 날’등 다수의 작품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다. 에이스토리의 장점은 여느 드라마 제작사라면 쉽게 택하지 않을 소재를 드라마화 한다는 것. ‘킹덤’에서는 조선 시대 좀비 이야기를, ‘우영우’에서는 정신 지체 장애인을, ‘유괴의 날’에서는 유괴범과 천재 소녀의 관계를 그려냈다. 그리고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킹덤’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K콘텐츠의 힘을 과시했고, ‘우영우’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9주 연속 1위라는 한국 콘텐츠의 새 역사를 썼다. ‘유괴의 날’(최고 5.2%)은 자체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한 ‘우영우’ 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평균 시청률 4%대를 유지했다. ◇ 드라마 최초 ‘씨름 소재’ 과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씨름’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보기 힘들었다. ‘모래꽃’은 국내 드라마 최초로 ‘씨름’을 다룬다는 면에서 관심이 쏠린다. 최근 공개된 스틸 컷에서 주인공 김백두가 모래판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담겼다. 한 때 씨름 신동으로 불릴 만큼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변변한 타이틀 하나 없는 별 볼 일 없는 선수가 됐다. 그런 김백두가 인생에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샅바를 잡고 있는 장면은 영상이 아님에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제작진은 “씨름을 소재로 한 만큼 다이내믹한 씨름 경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면서 “어딘가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배우들이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고 전했다.◇ 장동윤, 이미지 변신 작은 얼굴에 귀여운 이목구비. 강아지상으로 사랑받던 배우 장동윤이 듬직한 씨름선수로 변신했다. 다만 굴곡이 있다. 32살이란 나이에 은퇴 위기에 처한 씨름선수를 연기해야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장동윤은 ‘모래꽃’을 위해 10kg을 증량했다. 씨름 경기를 자주 분석하며 선수들의 제스처나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장동윤의 이미지 변신에 기대가 되는 이유는 그가 그간 보여준 연기 덕분이다.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한 장동윤은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청순한 비주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던 장동윤은 ‘조선로코 녹두전’에서 여장남자 전녹두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해 내며 큰 화제를 불러았다. 당시에도 캐릭터를 위해 체중감량을 하며 스스로 노력파임을 입증했던 장동윤. 그가 이번에 보여줄 씨름 선수 김백두 역할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2.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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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인정이었는데…지수‧안보현, 공개열애 2개월 만에 결별 [종합]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와 배우 안보현이 공개 열애 2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앞서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멤버들 중 최초로 열애를 공식화한 데다가 블랙핑크의 전세계적 인기에 이들의 열애 사실은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갑작스러운 결별 소식에도 높은 관심이 쏠린다. YG엔터테인먼트는 24일 일간스포츠에 “지수가 안보현과 최근 결별했다”고 밝혔다.안보현 소속사 FN엔터테인먼트도 이날 “안보현과 지수가 결별한 게 맞다”며 “다만 결별 시기나 사유에 대해서는 배우 사생활 측면이라 알려드리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열애를 공식화했다. 이는 블랙핑크 멤버로서 첫 열애 인정이라 전 세계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미국 CNN은 지수와 안보현의 열애 소식 관련, K엔터테인먼트 열애를 공식 인정한 이례적인 사례가 됐다고 집중조명하면서 “K팝 아이돌의 열애 사실을 발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최근의 K팝 업계는 가수들의 연애를 금지하는 계약 조건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야후 재팬, 중국 시나연예, 라이스스타일 아시아 등 여러 외신들이 두 사람의 열애 소식에 관심을 보이며 보도했다. 당시 양측은 “좋은 감정으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두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으나, 두 달간의 공개 열애를 마치고 연인에서 동료로 돌아가게 됐다. 지수는 블랙핑크 멤버로 글로벌 K팝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드라마 ‘설강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로도 발돋움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 특별 출연해 신스틸러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또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스크린에 본격 데뷔한다는 소식이 이날 일간스포츠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안보현은 지난 2016년 영화 ‘히야’로 데뷔해 ‘군검사 도베르만’, ‘마이네임’ 등에 출연했다. 올 12월 개봉하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 출연하며, 현재는 내년 1월 방송되는 SBS 새 드라마 ‘재벌형사’를 촬영 중이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10.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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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무인도의 디바’까지…카카오엔터, 하반기 라인업 공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올 하반기 화려한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했다.28일 카카오엔터는 “올 하반기에는 스토리IP를 원작으로 한 작품부터 독창적 크리에이티브를 토대로 제작한 글로벌 콘텐츠까지, 글로벌OTT, TV, 스크린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먼저 오는 9월 22일 바람픽쳐스가 얼반웍스, 스튜디오드래곤과 공동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 칼의 소리’가 시청자들을 만난다. 배우 김남길, 서현, 유재명, 이현욱, 이호정 등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을 갖췄다. 격동의 일제강점기 각기 다른 사연으로 무법천지의 땅 간도로 향한 이들이 조선인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나가 되어 벌이는 액션활극이다. 1920년대 간도를 배경으로 일본군, 독립군, 살인 청부업자, 마적 그리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이주한 조선인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펼쳐지는 뜨거운 이야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오는 10월에는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신드롬을 일으킨 박은빈의 차기작 ‘무인도의 디바’가 tvN에서 방송된다. 바람픽쳐스와 스튜디오드래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하는 작품으로,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지망생 서목하의 디바 도전기를 그린다. ‘빅마우스’, ‘호텔 델루나’ 오충환 감독과 ‘피노키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혜련 작가가 세 번째로 의기투합한 만큼, 또 한 번의 웰메이드 드라마 탄생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서목하 역을 맡은 박은빈은 해맑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예정. 서목하의 우상이 되는 디바 윤란주 역은 김효진이 맡았으며, YGN 예능국 PD 강보걸 역의 채종협, 강보걸의 형이자 YGN 보도국 사회부 기자 강우학 역의 차학연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청자들을 겨냥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밸류체인 시너지를 집중한 대형 프로젝트들도 공개된다. 4분기 전세계 동시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가 대표적이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의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인간의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크리처 스릴러다. 크리에이터그룹 글라인의 강은경 작가가 집필하고 정동윤 감독이 연출하며, 글앤그림미디어가 제작을, 카카오엔터가 스튜디오드래곤과 공동 제작을 맡고, 어썸이엔티의 배우 박서준이 열연을 펼친다. 크리에이터, 기획/제작 역량, 배우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 역량을 모아 한층 강력한 콘텐츠IP를 선보일 계획. 박서준과 한소희가 호흡을 맞출 예정으로 벌써부터 글로벌 팬들의 기대가 뜨거운 가운데, 시즌1이 공개되기 전에 이미 시즌2를 확정지었다는 소식에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9월 27일 첫 공개를 발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제작 자회사들이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탄탄한 기획 노하우를 갖춘 바람픽쳐스와 액션 느와르 장르에 탁월한 사나이픽처스가 함께 제작하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로,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이외에도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화란’(사나이픽처스)을 비롯해, 강동원 주연의 ‘엑시던트(가제)’(영화사 집) 등 다수의 영화들도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올 하반기 글로벌 OTT, TV, 스크린 등을 통해 공개될 작품들 외에도, 신선한 소재와 독창적 스토리텔링을 갖춘 작품들의 기획, 제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총 30여 편의 드라마, 영화를 기획, 제작할 예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윤종빈 감독의 두번째 드라마 ‘나인 퍼즐’, 카카오웹툰 원작의 드라마 ‘악연’ 등 다수의 작품들을 직접 기획, 제작해 선보인다. 또한 바람픽쳐스는 김원석 감독과 임상춘 작가의 ‘폭싹 속았수다’, 글앤그림미디어는 판타지 힐링 로맨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제작 중으로, 산하 제작사들도 강력한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8.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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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이상 흥행 조짐 왜?

영화 속 수많은 인터뷰어들 가운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가장 가슴에 와닿게 정리하는 사람은 바로 독일 출신의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이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란 영화에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음절만 들어도 이게 엔니오의 음악인지 아닌지 사람들은 금방 알아 챕니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스며들어 있죠.”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엔니오의 영화음악은 우리들 인생의 OST이죠.”‘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하 미션 임파서블7) 개봉 홍수 속에 서울 일부 극장에서 조용히 상영중인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이하 엔니오)가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스테디 셀러’를 넘어서서 예술영화, 특히 다큐로서 흥행에 크게 성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엔니오’는 19일까지 2만여명을 동원했다. ‘미션 임파서블7’에 딱 1/100 수준이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7’ 전국 스크린 수가 현재 2000개가 넘고 ‘엔니오’가 20개가 채 안된다는 점, 그것도 하루 1회 상영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다큐의 흥행세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예술영화 중 ‘대박 흥행’으로 손꼽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기록(15만 8484명)에 다가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단 개봉 스크린이 계속 확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엔니오’ 인기의 동력은 일단 지식인 사회다. ‘엔니오’의 음악은 꽤 대중적이지만 엔니오 모리꼬네 자체에 대한 관심은 그리 넓지 않다. 엔니오의 생, 그의 음악적 삶을 조명하는 내용은, 이른바 교양인들의 관심 영역일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영화의 주관객층은 영화 매니아, 지식인 계층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17개 예술영화관 외에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경기도 파주 헤이리 시네마 단 한 곳에서만 상영중인 바, 이 극장의 매니저 M씨는 ‘엔니오’ 때문에 “극장에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 예술영화관에는 유명 감독과 영화인, 뮤지션, 배우들이 조용히 다녀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내용에 대한 입소문도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 영화 중간, 롤랑 조페의 작품 ‘미션’이 언급되고 관련 OST가 만들어지는 과정, 음악의 선율이 나올 때 관객들 거의 전부가 울음바다가 된다는 얘기마저 돈다. 이런 소문이 나면 관객들 중 많은 수가 일단 울 준비를 하고 극장에 들어가게 되며, 이런 분위기가 알려지는 영화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몰리는 법이다. ‘미션’은 1700년대 브라질 포르투갈 식민지의 한 원주민 마을을 지키려는 신부와 수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그린 내용이다. 1986년 개봉됐던 작품으로 롤랑 조페의 연출, 제레미 아이언스, 로버트 드 니로오, 리암 니슨의 연기로도 유명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엔니오 모리꼬네가 구축한 음악의 세계, 플룻과 오보에 같은 목관악기의 선율이 전세계의 심금을 울렸던 작품이다. 엔니오는 이번 다큐에서 ‘미션’의 음악을 만들기 직전의 상황에 대해 정통 클래식 업계의 따돌림에 지쳐 더 이상 영화음악을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때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에게 영화 ‘미션’은 음악 인생의 엄청난 분기점이었는데 정작 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은 사람들 또한 인생이 큰 전환점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한 셈이 됐다. 우리사회에 만연된 진영논리의 정쟁과 갈등, 자연재해와 인재 등등으로 사람들의 심사가 편치 않다는 점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과 갈망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세상사가 불편하고 피곤할 때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하고, 예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예술가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 가를 역설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단순히 음악이 주는 아름다운 선율, 그 위로의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엔 일정한 반성의 사유가 담겨져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평생의 음악 작업을 통해 인간 삶이 지녀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르쳐 준 셈이다. ‘엔니오’의 인기는 지금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조용한 성장, 내면의 성숙을 의미심장하게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07.20 06:15
뮤직

방시혁 의장 “위버스콘, 대중예술 무대 적용 가능한 방법론 총망라 쇼케이스 돼야”

어느 축제현장에나 있는 부스 앞 줄서기가 없다. 공연장에 입장하니 데뷔 2년차 신인 그룹 르세라핌과 31년차 관록의 가수 엄정화가 한 무대에 오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구현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음성 디자인 기술이 남성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여성 가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색 경험을 선사한다.하이브가 지난달 주최한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특정 아티스트가 그들의 팬들을 상대로 펼치는 공연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됐다. K팝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엔터 산업의 대표주자인 하이브는 왜 이런 페스티벌을 기획했을까. 글로벌 대세상품인 K팝의 미래와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5일 하이브에 따르면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통해 하이브가 꾸는 꿈은 크게 ‘통합’, ‘고품질’, ‘신기술’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위버스콘 페스티벌에는 ‘통합의 장이 필요하다’는 방시혁 의장의 소신이 반영됐다. 특히 올해부터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뿐 아니라 위버스에 입점한 타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들도 함께 무대에 오르면서 통합의 의미가 더욱 살아났다. 14년 만에 합동 콘서트 무대에 선 김준수,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제레미 주커,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활동 무대를 펼쳐 나가고 있는 문차일드 등이 소속사, 지역, 나이,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한 무대에 섰다. 고(故) 신해철, 서태지 등 전설의 뮤지션들을 기리는 헌정무대를 3년째 중요 순서로 포함시키는 것도 K-팝의 과거와 현재를 통합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방 의장은 헌정무대에 대해 “대중음악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고 그 사실들을 기념하며 헌정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그렇게 시대적 의미를 살려가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올해 헌정무대의 주인공이었던 엄정화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기억하고 싶은 무대...너무 행복하고 감동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에는 ‘보다 더 고품질의 공연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의도도 반영됐다. K팝과 K댄스가 전 세계인을 파고 들었지만 고품질의 공연 서비스는 또 다른 영역이다. 무대에 아낌없이 투자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위버스콘 페스티벌 무대에 설치된 LED 패널은 통상 단독 콘서트에 비해 4배가 넘는 양이 투입돼 8개의 초대형 화면을 제공, 아티스트들의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비춰주며 현장 몰입감을 높였다. 무대 일부를 들어올리거나 이동, 회전시키는 트롤리, 로테이트, 리프트 등 다양한 설비도 동원돼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무대를 연출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이틀간 20개 팀, 84곡을 무대에 올리려면 고도의 연출력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무대로 만들어야 전세계 관객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무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공연의 질을 끌어올려 K팝과 K댄스 뿐 아니라 K콘서트 자체를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 이유는 예술과 신기술의 융합이다. 하이브는 QR코드를 접목한 현장 맞춤형 서비스로 페스티벌 현장 곳곳에 설치된 행사 부스 앞 줄서기를 없앴다. 위버스 앱 내 ‘줄서기’ 서비스를 통해 부스 방문을 예약하면 순서가 됐을 때 알람으로 알려준다. ‘위버스 바이 팬즈(Weverse by Fans)’ 메뉴에 들어가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와 디자인을 활용해 머치를 제작할 수 있다. 대량 생산된 공식 상품이 아닌 개인 맞춤 상품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콘서트 무대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해 전 세계 팬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하고, 페스티벌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대형 야외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의 관람도 가능해졌다. 공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달라진 서비스는 ‘눈앞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것이야말로 혁신’이라는 방시혁 의장의 철학이 공연 현장에 투영된 결과다. 하이브는 궁극적으로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지속성장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방 의장은 위버스콘 페스티벌에 대해 “대중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신기술과 예술적 방법론들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2023.07.05 09:26
영화

‘분노의 질주10’ 특별관 대잔치..시리즈 최초 4DX ScreenX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시리즈 최초로 ScreenX, 4DX 상영에 이어 IMAX, 돌비 시네마 등 특별 포맷까지 상영을 확정했다.‘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돔’(빈 디젤) 패밀리가 운명의 적 ‘단테’(제이슨 모모아)에 맞서 목숨을 건 마지막 질주를 시작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오는 18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 개봉에 앞서 4DX, 4DX ScreenX에 이어 IMAX와 돌비 시네마 등 다양한 특별 포맷으로 상영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특히 시리즈 최초로 상영되는 ScreenX, 4DX ScreenX 포맷은 더 넓은 270도 시야로 액션과 미장센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롯데시네마 수퍼 4D, CGV IMAX,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까지 더 다채로운 특별 포맷을 확정했다. 수퍼 4D 포맷은 장면에 맞추어 움직이는 모션 체어와 에어샷 등 다양한 효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또한 IMAX 포맷은 2D 영화 스크린보다 약 10배 이상 큰 초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되며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속 초대형 폭탄의 폭발 장면과 함께 휘몰아치는 카체이싱 액션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여 액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할 것이다.더불어 최상의 음향 시스템을 구비한 돌비 시네마는 인물, 장소, 사물, 음악의 사운드를 생동감 있게 전달, 영화 속 자동차의 터질 듯한 엔진 진동과 함께 영화의 힙한 BGM에 흥을 더해 눈앞에서 실제로 레이싱이 펼쳐지는 듯한 압도적인 감각을 전달할 것이다.특별 포맷 상영과 함께 공개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IMAX 포스터와 돌비 시네마 포스터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다채로운 레이싱 카를 배경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돔’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담은 IMAX 포스터와 한국 단독 포스터 비주얼로 제작된 돌비 시네마 포스터는 각 특별 포맷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선착순으로 증정되어 예비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자극한다.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5.12 09:09
연예일반

[위기의 K콘텐츠] “위기 속에 기회 있다” 업계에서 본 K콘텐츠의 미래 ③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BTS로 상장되는 K팝이 글로벌 주류 편입을 눈앞에 뒀으며, 넘을 수 없는 산인 줄 알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한국 영화를 주목한 지 수년. 이런 상황에서 내수시장에서는 ‘K콘텐츠 위기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가 외면 받고 있으며, 방송가는 연이어 허리띠를 졸라매며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다. K팝의 성장세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둔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는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백년대계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편집자 주> 영화, 드라마, OTT 오리지널을 막론하고 제작 및 유통되는 작품이 줄면서 K콘텐츠 업계 전반이 위기에 휩싸여 있는 상태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마냥 절망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남아 있지만, 꾸준한 콘텐츠 발굴과 지원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으리란 것. 물론 팬데믹 시기 제작돼 쌓여 있는 작품들이 유통되기까지 시간은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콘텐츠 다양성이 관건 “정책적 지원 필요”K콘텐츠 위기론을 해소할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콘텐츠 다양성’과 이를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의 지원을 꼽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잘만든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고, 대작이나 대형 그룹의 성공이 낙수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업계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콘텐츠 대기업인 CJ ENM의 부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은 최근 주가 부진의 늪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따라 올해 초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의 구창근 대표가 취임해 사업 효율화 및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CJ ENM이 정상화가 되면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이 활발해지며 영화 및 드라마 공급이 활발해지리라는 관측이다.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가 드라마만 하면 무조건 적자라고 앓는 소리를 한다”며 “글로벌 OTT를 대적할만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은 CJ ENM 뿐인데, 최근엔 CJ ENM이 계열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제작사 입장에서는 편성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셈”이라고 하소연했다.이에 CJ ENM 관계자는 “대중이 좋아하실만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공개하는 일은 멈추지 않고 지속할 것이다. 좋은 콘텐츠와 창작자 발굴에 힘쓸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다만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를 마냥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작지만 탄탄한 작품을 만드는 제작자 및 창작자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결국 시장의 논리에 의해 소외될 수밖에 없는 다양성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관련 단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숨겨진 창작자를 발굴하거나 제작사들에 세제 혜택 등을 줌으로써 제작을 독려할 수 있다. 현재 콘텐츠 제작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10%에 불과하다. 반도체·전기차 세액공제율이 30% 가량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미치지 못한다.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제 혜택 뿐 아니다. 후반작업 업체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시각특수효과(VFX) 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에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은 VFX 기술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국가별 또는 국가내 소속주(우리나라로 기준 행정구역 시단위)별로 세금 공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가 할리우드,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전략적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비용 1000만 달러를 넘기거나 VFX 작업 비용이 전체 비용의 75%를 초과하면 추가로 5%를 공제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덱스터스튜디오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까지 VFX 제작 분야만을 위한 별도의 환급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 돼 있지는 않다. 다만 콘텐츠 총 제작비 세액 공제에 대한 지원에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VFX 분야만을 위한 별도의 공제도 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제작 지원도 현재보다 더 늘어나고 간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우수 방송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OTT 특화’ 부문 지원사업도 439억 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장편 드라마 제작지원금은 전년도 14억 4000만 원에서 올해 2배 이상 늘었다. 계속해서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도 지원 필요성을 느끼고 지원금액을 늘렸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K콘텐츠에 투자하는 대신 IP를 모두 가져가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OTT회사와 현행 방송 관행 개선을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지 않는 한 K콘텐츠 수익 구조 개선은 요원하다. ◇위기가 기회다!K드라마와 영화, K팝 산업이 처한 현 상황을 잘 극복하면 K콘텐츠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 콘텐츠 수요자는 엄격한 만큼,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위기론 속에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3’가 그런 점에선 특히 중요하다. 배우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1편이 688만 육박, 2편이 1269만 관객을 넘어서며 극장가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1000만 돌파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영화 관계자들은 ‘범죄도시3’을 상반기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꼽으며 흥행을 기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는 경쟁작이라기 보다는 동료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범죄도시3’이 잘되길 바란다. 그로 인한 낙수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범죄도시3’ 이후에도 6월엔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 여름 시장엔 ‘밀수’,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제76회 칸영화제’에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 송중기 주연의 ‘화란’, 이선균과 주지훈이 출연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러스’, 이선균 정유미의 ‘잠’ 등 굵직한 작품들이 초청된 만큼 영화제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상승이 기대된다.물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제작과 유통이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거란 관측도 있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기형적으로 너무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 때는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이 OTT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낙관적인 분위기가 컸다. 제작은 많이 됐는데 유통은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그때 미처 릴리즈되지 못 한 작품들이 많이 쌓여 있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 제작이 더딘 것”이라며 위기론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이 관계자는 “범죄도시3’ 같은 작품들이 잘돼서 관객들이 늘고 배급사 사정도 안정화되면 차츰 더 다양한 한국 영화들을 내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금은 단지 코로나19 시절 만들어놨던 작품의 배급되는 단계에서 투자금 회수의 ‘시차’를 겪고 있는 단계라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K팝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방탄소년단 멤버 입대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다른 그룹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터차트 관계자는 “작년부터 걸 그룹 강세가 굉장해졌다. 145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블랙핑크를 선두로 K팝 걸 그룹 시장은 오히려 전성기가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음악이 좋고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아티스트들의 앨범 판매량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앨범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이제는 앨범을 굳이 사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앨범을 소장하고자 하는 팬덤 위주의 소비 파이가 늘었고, 이런 경향성으로 인해 K팝 앨범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뿐이다. 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다만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건 문제점으로 꼽힌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K팝 시장을 아이돌이 주도하고 있고, 인기를 끄는 아이돌 스타들이 대부분 대형 기획사 소속 아니냐”며 “한쪽으로 치우친 성장으로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기를 못 펴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중소 기획사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통적으로 한류 콘텐츠가 강세를 보였던 중국 시장이 보다 활짝 열려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확정 이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막는 ‘한한령’을 시행하고 있다.많은 한류 스타들을 키워낸 한 대형 엔터사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로 나가야 하는 방향은 맞다”면서 “올해 초에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 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만큼은 못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중국 시장의 문이 열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솔직히 불확실하다. 우리 회사도 연초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세븐틴 앨범 450만 중 200만장을 중국에서 공동구매할 만큼 여전히 중국은 K팝의 거대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 시장이 정치적인 외풍 없이 안정적으로 열리는 환경이 마련되면 K팝의 활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는 최근 어린이날의 큰 흥행으로 희망을 봤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린이날인 지난 5일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약 13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약 136만 명) 이후 6년 만의 최다 기록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어린이날 하루 동안 약 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마블의 대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약 50만 명)과 함께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이끌었다.한 배급사 관계자는 “이번 연휴가 길기도 했고 비가 와서 실내를 선호했을 거라는 변수도 있지만, 어쨌든 6년 만에 어린이날 최다 관객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도 하루 동안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기왕이면 한국 작품이 사랑을 받았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일단 극장이 관객들도 차면 자연히 국내 영화들도 빛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내다봤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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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IS] 지민·제이홉·슈가, BTS 전세계 극장에서 듣고 본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무대가 아닌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하면서, 각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활약이 글로벌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9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할리우드 액션 프랜차이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OST에 참여한 소식이 알려졌다. 이날 유니버설 픽쳐스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OST 중 ‘에인절(Angel) Pt.1’ 일부를 공개하자, 미국 빌보드와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아미 SNS 계정 등이 이 소식을 발빠르게 전한 것.지민은 미국 힙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코닥 블랙과 NLE 초파가 작업한 ‘에인절l Pt.1’에 보컬로 참여,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스포티파이 등에 올라온 1분 가량의 미리듣기에서 지민은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 속에서 “에인절, 돈트 플라이 소 클로즈 투 미”(Angel, don’t fly so close to me)라고 노래한다. 빌보드는 지민의 목소리가 마치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지민이 참여한 ‘에인절 Pt.1’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메인 테마곡으로 작품 속 액션과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와 함께 듣는 재미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민은 오는 18일 풀 버전이 공개되는 ‘에인절l Pt.1’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민은 첫 솔로 앨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메인차트 ‘핫100’ 1위에 입성한 데 이어 K팝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분노의 질주’ OST에 참여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오는 17일 전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데 이어 19일 북미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공개된다. 영화 속 지민의 목소리를 전세계 관객이 극장에서 듣게 되는 셈이다. 지민뿐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과 슈가의 솔로 다큐멘터리들도 전 세계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6월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을 맞아 제이홉의 솔로 다큐멘터리 ‘제이홉 인 더 박스’(j-hope IN THE BOX)와 슈가 솔로 다큐멘터리 ‘슈가: 로드 투 디-데이’(SUGA: Road to D-DAY)가 한국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전세계 극장에서 개봉한다. 각각 지난 2월과 4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됐던 ‘제이홉 인 더 박스’와 ‘슈가: 로드 투 디-데이’는 솔로 활동에 나선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과 슈가의 솔로 앨범 제작기부터 라이브 퍼포먼스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이들의 활동 비하인드를 담은 다큐멘터리다.OTT로 선공개된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공연 장면과 퍼포먼스 등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건 전혀 다른 체험이기에 전세계 방탄소년단 팬덤에겐 또 다른 선물이 될 전망이다. 두 작품은 국내에선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하며,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순차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한편 방탄소년단은 진과 제이홉 등이 입대한 것을 시작으로 멤버 전원이 입대하고 전역해 완전체로 다시 활동하기까지는 3년여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각 멤버들의 다양한 솔로 활동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어 이들의 ‘군백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오히려 각 멤버별로 분산됐던 팬덤이, 군백기를 맞자 각 멤버들의 솔로 활동에 똘똘 뭉쳐 응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차트(5월 13일 자)에 따르면,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슈가가 활동명 어거스트디(Agust D)로 공개한 솔로 앨범 ‘디-데이’(D-DAY)가 13위로 2주 연속 차트인, 지민의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는 157위로 6주 연속 차트인했다.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 7’은 ‘톱 앨범 세일즈’에 52위로 재진입했다.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에서는 RM이 피처링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콜드의 신보 타이틀곡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가 4위에 진입했고, RM의 첫 공식 솔로 앨범 ‘인디고’(Indigo) 타이틀곡 ‘들꽃 놀이 (with 조유진)’가 6위로 재진입했다. 팬들의 그리움이 방탄소년단 과거 노래들까지 다시 소환하고 있는 것.뷔가 출연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해외 반응을 모은 유튜브 클립이 있을 만큼, 각 멤버들의 여러 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달 시작한 슈가의 북미 투어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이제 전세계 극장에서까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방탄소년단 존재감은 군백기가 무색하게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5.10 10:32
영화

크리스 프랫 ‘미국 발음’에도 마리오에 열광하는 이유..마블 작곡가의 추억버튼

닌텐도의 최고 IP로 꼽히는 ‘마리오’ 영화에 전세계 팬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흥행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기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누적 매출액은 3억 5900만 달러(약 4734억원)로, 마블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2억13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높은 누적 매출액 기록이다.당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미국 팬들의 우려가 많았다. 원작 게임에서 슈퍼마리오는 강한 이탈리아 억양을 구사하는데, 주인공 마리오 목소리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주인공 크리스 프랫이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첫 마리오 영화인 ‘슈퍼 마리오’에서 루이지 역을 맡은 배우 존 레귀자모도 자신의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두 명의 백인 배우가 마리오와 루이지 목소리를 내면서 새 영화가 퇴보했다”고 비판했다.미국인들이 마리오의 목소리에 민감한 이유는 오랜 시간동안 마리오 목소리가 강한 이탈리아 발음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슈퍼마리오’ 미국판 시리즈에서는 성우 찰스 안드레 마티네이가 닌텐도64(1996년) 이후 마리오 성우를 도맡아왔다. 레이싱 게임 1위로 1억 60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운 ‘슈퍼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에서 타이틀을 시작하며 경쾌하게 울리는 목소리 “마리오 카트”도 찰스 마티네이의 목소리다. 수십년 동안 찰스 마티네이의 이탈리아 발음 “잇챠 미! 마리오!(It's-a me, Mario!)”를 들어온 팬들에게 크리스 프랫의 미국 발음은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었다. 크리스 프랫 자신도 여러 미국 매체 인터뷰를 통해 마리오를 연기하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를 밝힌 바 있다. 마리오 연기 초반에는 자꾸 이탈리아계 마피아 캐릭터 ‘토니 소프라노’가 튀어나왔다고 한다.◇미 의회박물관에 간 마리오 음악..머라이어 캐리, 마돈나와 나란히마리오 성우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개봉 후 팬들은 “게임 속 마리오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호평을 쏟아놨다. 로튼토마토에서 실 관람객 지수인 ‘팝콘 지수’는 19일 기준 96%로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 평인 토마토 미터는 58%로 혹평이 쏟아졌다. 주로 영화의 단조로운 이야기 구조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었다.크리스 프랫의 ‘미국 발음’에도 미국 시청층이 열광한 이유는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어릴 적 자신이 즐긴 마리오 시리즈를 그대로 옮겨뒀기 때문이었다. 마리오 IP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임에 등장한 캐릭터로, 아케이드형 게임 외에 레이싱 게임, 전투 게임, 오픈 월드 게임 등 다양하게 등장한다. 게임 수가 많은 만큼, 마리오 게임에서 흐르는 배경음도 다양하다.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마블 영화 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하버드 출신 천재 작곡가 브라이언 테일러를 기용했다. 브라이언 테일러는 ‘아이언맨3’,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배경음을 만든 작곡가다. 오케스트라를 이용해 웅장한 음악과 파괴적인 소리를 담는 데 일가견이 있다.브라이언 테일러는 실제 닌텐도의 마리오 게임 작곡가 콘도 코지와 협업해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배경음을 만들었다. 그 결과 마리오 게임의 각종 배경음은 대형 스크린에 걸맞은 새로운 영화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속에 익숙한 마리오 게임의 멜로디와, 게임 속 효과음을 기가 막히게 끼워 넣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한 편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한편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985)의 테마곡은 ‘국가 역사의 소리를 정의하는 항목’으로 미국 의회 도서관에 등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4.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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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이 밝힌 ‘길복순’의 길고 긴 A to Z [IS인터뷰]

‘길복순’은 올 해 공개된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 화제작이다. 비록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관객수나 매출액 집계는 없지만, 시청시간 만큼은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이다.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공개하는 매주 콘텐츠 시청시간 집계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뒤 2주 연속 비영어권 영화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주차 시청시간은 2571만으로, 영어권 영화들과 비교해도 전세계 2위 기록이다. 변성현 감독과 전화와 만남을 통해 ‘길복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전도연을 놓고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다가 ‘길복순’을 만들었다던데. 왜 전도연, 왜 킬러 이야기였나.설경구가 영화 ‘생일’ 촬영 현장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던 적이 있다. 워낙 전도연 팬이었던 터라 가긴 했는데 막상 가서는 촬영장 밖에 있었다. 팬이다보니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그런 것보다는, 왜 그 먼 발치에서 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 있잖나. 결국 그날 설경구가 서프라이즈 술자리를 열어서 전도연과 처음 인사했다. 그 뒤로는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가 ‘생일’ 시사회 때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 그날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악질경찰’ 시사회가 있어서 거기를 가야 했다. 꼭 ‘생일’ 보겠다고 답하고 난 뒤, ‘킹메이커’를 찍고 있을 때 전도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매우 정중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찾아 뵀다. 시나리오를 주면서 읽어보고 연출을 검토해 볼 수 있냐고 하더라. 그건 싫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내가 쓴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깐. 그랬더니 전도연이 “감독님, 나랑 뭐 해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 솔직히 부담스러웠던 게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전도연이잖나. 너무 잘해야 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쓰면 아무 것이라도 하실거에요?”라고 했다. 당연히 그건 책을 읽어보고 해야죠,라고 할 줄 알았는데 바로 “그래요”라고 하더라. 그 때부터 전도연을 놓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전도연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걸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르를 액션으로 구상했다. 여러 작품들 속에서 전도연은 항상 희생하거나, 희생 당하거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전도연이 나와서 다 죽여버리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전도연을 매우 잘 썼다는 점이었는데. 전도연과 현장에서 매우 치열했다. 전도연이 준비하는 것과 내가 생각한 게 아무래도 다를 수가 있으니깐. 일단 난 첫 테이크는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 배우가 준비해온 걸 본다. 내 생각과 아주 다를 경우 그 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 하니깐, 막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했다. 전도연은 정말 대배우잖나. 내가 막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는 “알았어요. 해볼게요”라면서 내 의도대로 다 해줬다.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안 해준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이야기하는 걸 귀엽게 봐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번은 전도연이 CCTV에서 설경구를 보고 뒤도는 장면을 찍는데, 전도연이 어떻게 연기해요,라고 먼저 묻더라. 사실 어떻게 디렉션을 할지 준비를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뒤를 돌 때 얼굴에서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을 한 번에 표현해달라고 했다. 순서대로가 아니라 한 번에. 그 말을 듣고 전도연이 “그게 뭐야”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하고 모니터에 앉으면서 속으로 “난 최악의 감독이야”라고 외쳤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연기하더라. 그냥 미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우다. -전도연과 작업이 사실 쉽지는 않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너무 연기를 잘 하다보니 신을 잡아먹는 평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잡아먹힌 신을 배우 연기가 워낙 좋다보니 감독이 그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가 원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런 점에서 ‘길복순’은 전도연의 장점을 극도로 활용했고 그게 이 영화와 아주 잘 맞았는데.사실 엄청 쫄았다. 워낙 전도연이다. 하려면 진짜 내가 잘해야했다. 진짜로 미친듯이 준비해서 현장에 나왔다. ‘길복순’은 전도연이란 배우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로 출발했다. 그래서 직업을 킬러로 정하고, 그 다음에는 인간 전도연에게 가장 가까울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엄마를 떠올렸다. 전도연은 딸에게 굉장히 친구 같은 엄마다. 싸우고 삐치고 어려워하고. 스태프, 배우들과 술자리를 같이 할 때는 완전히 우두머리인데, 딸에게 전화오면 조용히 받고 “나, 집에 가야해”라고 하고 간다. 그 아이러니가 너무 좋고 멋있었다. 그렇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것과 가장 어울리는 것을 뼈대로 정하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킬러들이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 같은 킬러 회사가 있고, 또 그 회사가 정한 규칙이 있고, 그게 이 영화에 주요한 설정으로 사용되는데. 규칙을 깨부수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나.일단 차민규(설경구)가 대표로 있는 킬러회사 MK. ent는 독과점이란 소리까지 듣는 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킬러회사다. 사실 MK는 한국 엔터산업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를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킬러 일도 엔터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 영화 속 세 가지 규칙은, 규칙을 깨도 아무 일도 벌어지진 않지만 관계 때문에 어그러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설정했다. -‘길복순’은 액션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액션이 에스컬레이터처럼 더 강하고 더 화려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예컨대 보통 액션영화는 엔딩에서 액션이 가장 화려한데 비해 ‘길복순’은 그렇지 않은데.내가 ‘길복순’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장면이, 하나는 길복순과 딸 길재영의 대화 장면이고, 하나는 엔딩이다. 딸과 대화 장면은, 난 이 영화가 딸이 엄마한테 문을 열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가장 힘든 하루를 겪은 다음에 딸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엔딩은 설경구와 전도연이 이연결과 견자단이 아니지 않나. 액션영화지만, 결국은 감정적인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대화 장면에서 딸이 길복순에게 “엄마, 미안해”라고 하자 길복순이 “밥 먹었니”라고 답하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으로 길복순이 총리후보자 아들을 죽이라는 의뢰를 실패한 선택이 설명되기도 하고.사실 시나리오에는 길복순이 왜 의뢰를 실패하는지 이유를 구구절절 써놨었다. 그러다가 전도연의 표정이면 다 설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빼 버렸다. 왜 엄마가 아무리 화를 내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들여주지 않나. 그리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고. -‘길복순’도 색 설계가 두드려진다.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 그리고 빨간 사과를 매우 인상적으로 사용했는데.길복순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기에 녹색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빨간 사람이지만. 그래서 딸을 녹색으로 키우고 싶고 녹색의 공간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딸과 밥을 먹을 때 스팸보다는 녹색인 시금치를 딸 앞으로 둔다. 집 안의 중정도 녹색이 가득한 공간이고. 그야말로 딸을 녹색으로 칠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딸이 커밍아웃을 하고, 받아들일 때도 녹색의 공간 속에 있다. 설경구가 연기한 차민규는, 파란 색으로 단순하게 설계했다. 차갑고 냉철한. 사과는 선악과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사과가 세 번 등장한다. 처음 두 번은 딸이 사과를 먹고, 마지막에는 안 먹는다. 딸은 윤리를 아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사과를 먹으면서 공정과 불공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딸이 마지막에 엄마를 받아들이면서, 선과 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 나는 선악과를 먹지 않는다는 의미를 넣고 싶었다. -동성애 코드와 근친 코드를 넣은 이유는? 세상의 규칙과 금기를 부셔버리고 싶었나.그런 의도는 아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비밀이 있길 바랐다. 엄마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다. 반면 딸의 비밀은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가 못 받아들일 딸의 비밀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동성애를 생각했다.근친은 처음부터 동생이 오빠를 좋아하는 걸 그런 이유로 생각하지 않았다. 금기를 깨야겠다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금기를 깨는 게 예술가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난 그런 거장이 아니다. 그냥 이솜이 맡은 차민희는 오빠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라는 아이처럼. 민규가 민희를 잘 못 키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태로 민희는 어른이 돼 버린 것이다. 근친이라면 서로 좋아해야 하는데, 이 관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솜에게 최대한 아이처럼 웃고, 최대한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내달라고 부탁했다. 내꺼를 빼앗겨서 질투하는 아이 같은. 바나나우유도 원래 없던 설정이었는데, 촬영장에서 이솜에게 마시도록 부탁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시작”이라고 이솜이 외치는 걸 현장에서 “요이, 땅”으로 바꿨다. 그저 아이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민희가 마지막 길복순에게 죽기 전에 가장 환하게 웃길 바랐다. 영정 사진도 가장 웃는 모습이길 바랐다. 그래서 이솜이 활짝 웃었는데 포토샵으로 더 웃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솜이 흰 옷을 입는 것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 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길복순’은 못 가져서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걸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기시 되는 걸 건드리겠다는 것보다는 ‘불한당’ ‘킹메이커’ 등 전작들처럼 무너져 내리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이 영화는 전도연과 황정민이 싸우는 장면, 상가식당에서 전도연과 킬러들이 싸우는 장면, 이연과 전도연의 대련 장면, 설경구와 전도연의 엔딩 장면, 설경구의 러시아 바 장면 등 크게 다섯 번의 액션이 있다. 액션 설계는 어떻게 했나. 전도연과 설경구가 이연걸과 견자단이 아닌데 액션을 대부분 직접 소화해야 했다. 액션도 감정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했다. 한편으로는 킬러영화들의 법칙을 깨고 싶었다.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무명의 다수와 싸우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길복순은 꼭 이름이 있는 등장인물들과만 싸우게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톱 킬러인 길복순과 일본의 톱 야쿠자와 싸우는 것으로 열고자 했다. 사실은 야쿠자 역을 일본 톱배우를 섭외하려 했고, 실제로 진행도 됐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19로 입국하면 2주 격리를 해야 하는데, 며칠 촬영을 위해 일본 톱배우를 그렇게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고민하고 있는데 전도연이 황정민을 직접 섭외했다. 일본 배우 섭외가 안되면 재일교포로 가려고 시나리오부터 그렇게 써놓기는 했다. 황정민은 원래 관동의 호랑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배운 일본어가 관서쪽이라고 해서 관서의 호랑이로 바꿨다. 난 그 장면은 분위기와 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액션을 화려하게 가는 게 아니라 무드를 화려하게 가자, 그래서 지하철이 지나가는 빛이 마치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거기가 동호대교라는 설정이고. 이 영화는 이렇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니, 황당함과 뻔뻔함과 유치함을 시작부터 받아드려 달라는 액션 장면이었다. 전도연과 이연의 액션은 넓게 보여지게 설계했다. 전도연의 의상을 정해놓고 탱고 같은 액션으로 구상했다. 또 둘의 대결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대전 게임처럼 보이길 바랐다. 둘이 맞붙기 전에 이연이 화장실에서 하는 액션은, 여느 다른 한국영화 액션처럼 보여지길 바랐다. 완전히 다른 액션영화처럼. 그런 액션을 보여주고, 탱고와 대전 게임 같은 액션을 붙여서 이 영화의 액션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가액션은, 설계부터 미술감독과 촬영감독,무술감독이 많은 회의를 했다. 박스로 일일이 테이블을 만들고 어떻게 동선을 짤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봤다. 보통 액션영화에선 직사각형 같은 넓은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지는데, ‘길복순’은 한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액션이 펼쳐지는 걸 의도했다. 미술감독이 공간을 그런 목적으로 설계했다. 다만 거의 모든 액션을 배우들이 다 소화해야 했고, 내가 컷을 길게 쓰는 편이 아니라 배우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그 장면을 찍었는데, 괴로운 것을 배우들에게 시키고 나는 너무 편하게 있나 싶은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액션영화는 더 하기 싫어지더라. 전도연은 거의 모든 액션신에서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두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본인이 다 했다. 상가액션에서 배우들의 무기도 캐릭터 별로 다 설계했다. 김기천이 쓰는 채찍 같은 경우, 소품팀이 채찍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올가미를 쓰자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만화 보면 채찍을 그렇게 쓰지 않냐며, 우리 영화는 만화 같은 거니 그냥 가자고 했다. 회사가방에서 꺼내는 삼단봉도 그렇고. 길복순과 싸우는 킬러들도 그냥 회사원들이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인데, 서로 친하다가도 기회를 오면 잡으려 할 것 같았다. 다른 킬러영화들처럼 현상금 때문에 길복순을 죽이려는 게 아니고 승진이나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죽으려 하는 것이라 설정했다. 그걸 길복순도 이해하고. 그게 사회생활이니깐.킬러들이 자기들끼리 A급, B급, C급 이야기를 하고 미션도 그렇게 나누는 건 스태프들과의 술자리에서 착안했다. 내가 배우들보다 스태프들과 술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자기들끼리 “이제 B급이 됐네” “A급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내가 아는 사회생활이 이것 밖에 없기도 했다. -엔딩의 전도연과 설경구 액션에서 눈에 띄는 건 수싸움의 표현인데. 어떻게 찍었나.진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훨씬 화려하게 구상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랬다가는 그 액션신 다음의 감정과 안 닿을 것 같아서 뺐다. 일단 그린 스크린을 세우고 로봇암으로 카메라를 고정한 다음 이쪽저쪽에서 다 찍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다. 탁자에서 칼로 베는 게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나도 해봤는데 잘 안된다. 다행인 것은 ‘길복순’은 액션을 순서대로 찍었는데 전도연이 그 때는 액션의 달인이 됐다. 전도연이 지금 황정민과 첫 장면을 찍으면 진짜 잘할텐데라고 하기도 했다. 설경구가 전도연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장면도 둘이 다 실제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액션에 감정이 담기길 바랐다. 또한 이 엔딩 액션을 놓고 사실 제작진끼리 굉장히 의견이 엇갈렸다. 나도 불안했다. 사람들이 액션영화를 볼 때 마지막 액션을 가장 기대하는 법인데 ‘길복순’은 그렇지 않으니깐. 반원창이 배경에 있으니 다른 액션영화라면 그걸 깨고 나가서 난간에서 싸우고 그럴 테니 우리도 그러자는 의견들도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다른 액션영화들과 똑같으니깐 오히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싸움으로 화려한 건 보여주고 실제 액션은 짧게 가는 걸로 정리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차민규가 길복순 딸에게 전화하면 그걸 길복순이 이어 받는 것도 넣었는데 그렇게 찍지 않았다. 그냥 마지막에 둘이 대화를 오래하게 만들고 싶었다. 왜냐면 설경구에게 그 장면은 멜로신이기도 하니깐. 둘이 치열하고 우아하게 싸우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설경구의 피도 꽃처럼 피어나길, 미술팀에 부탁했다. -러시아 바 액션 장면은 ‘올드보이’ 오마주 같기도 한데.그렇다기보다는 ‘올드보이’가 워낙 클래식이니 이제 그런 장면의 대명사처럼 된 게 아닌가 싶다. 러시아 액션신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원래는 러시아 액션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찍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서 일반 러시아 사람들을 액션 연습시켜서 찍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며칠 연습하다가 힘들면 도망가기가 일쑤였다. 끝까지 연습해서 찍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문제는 전문 액션배우가 아니니깐 액션을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한다는 점이었다. 원래 액션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액션배우의 도움을 받기 마련인데, 그 장면에선 설경구가 제일 액션 전문가였다. 러시아 배우들이 진짜로 힘을 쓰니 설경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러시아 바 액션도 로봇암을 이용해서 동선을 짜고 찍은 뒤 한 컷 한 컷 붙였다. 러시아 바 액션신은 민규가 복순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 싸우기에 짐승 같은 거친 것들이 드러나길 바랐다. ‘불한당’에서의 설경구와 ‘길복순’에서의 설경구를 차별화 하기 위해서 준 설정이 안경이다. ‘불한당’에선 평소에는 껄렁 거리다가도 화가 나면 차가워지는데, ‘길복순’에서 설경구는 평소에 안경을 쓰고 있으면 냉정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짐승처럼 분노가 표출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모두 길복순 때문에 안경을 벗는다. 길복순 때문에 야수성이 표출된다. 그래서 그 러시아 바 액션은 설경구의 꼬라지가 야수성으로 발현되는 게 목표였다.그 장면에서 싸우기 전에 안경을 벗는 건, 서부극에서 카우보이들이 바에 앉으면 모자를 벗는 것도 연상되길 바랐다.또 그 장면은 보통 바에서 액션 장면이 벌어질 때 일어나는 것들을 다 피하고 싶었다. 보통 바에서 액션을 하면, 주인공이 바 밑으로 숨는다. 그래서 ‘길복순’에선 바 대신 설경구가 난간에 숨는다. 다른 영화라면 바에서 싸우면 벽에 있는 술병들이 다 깨지고, 샹들리에를 꼭 쏴서 떨어뜨리는 데 그걸 피하고 싶었다. 한아름 미술감독이 기껏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거기서 안싸운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런 전형적인 걸 피하다보니 난간에서 싸우고, 난간에서 싸우니 눈이 오게 하자고 해서 눈을 넣었다.-극 중 이름을 그냥 주위에서 착안해서 만드는데. 길복순은 전도연 이모 이름이고, 구교환이 맡은 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이기도 한데. 일단 길복순의 성인 ‘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킬 빌’의 킬에서 따왔다. 어차피 여자킬러 이야기면 ‘킬 빌’을 떠올릴 텐데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는 길복순 이름은 길재영이었다. 재영은 전도연 딸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날 전도연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는데 이름이 뜬 걸 보니 복순 이모더라. 굉장히 세련된 사람과 복순이란 이름을 붙이면 아이러니가 느껴질 것 같더라. 그래서 길복순이 완성됐고, 딸 이름이 길재영이 됐다.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에서 따온 게 맞다.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하더라. ‘불한당’ 이후에 다시 영화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글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웬툰 스토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찾아가서 만났다. 그러다가 친해졌다. -딸의 성을 엄마를 따라 길이라고 한 것도 인상 깊은데. 길복순 딸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더라도, 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과거에 어떤 관계였을까를 영화를 본 관객들이 궁금해 할텐데.일단 딸 성은 모계성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가 누구인지는 이 영화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솜 대사에 일부러 “아빠가 누구래?”라는 걸 넣었다.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잠을 잤을까는 내 생각도 있지만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그걸 얼아야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결정할 테니. 일단 난 안 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경구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도연은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지만 시나리오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둘 사이에 에로스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도연과 구교환의 베드신은, 여성상위와 함께 전도연 등의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찍었나. 전도연이 끝나고 구교환에게 돈을 준 이유는. 여성상위도 맞지만, 그보다는 전도연 등근육과 등에 있는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킬러가 모델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등근육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도연에게 등근육 운동을 부탁했더니 3개월 동안 그 한 장면을 위해 식단조절과 운동을 했더라. 현장에서 처음 그 등근육을 봤는데 무척 놀랐다. 사실 베드신은 대충 찍고 딸의 키스신에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전도연이 구교환에게 돈을 준 건,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카우보이들이 매춘부에게 무심하게 화대를 던지는 걸 반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김시아가 연기한 길복순의 딸 길재영도 나중에 킬러가 되나.복순은 딸이 자기 피를 많이 물려받아 자신과 비슷한 걸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살았다. 하지만 엄마에게 마음을 연 재영이 마지막에는 엄마처럼 빨간 색 옷을 입고 학교로 간다. 김시아에게 나중에 성인이 되면 ‘길재영’을 한 번 하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전도연을 조연으로 하고. -변성현 감독을 비주얼리스트라고 칭하는 건, 비주얼이 좋다는 뜻과 동시에 서사보다는 비주얼에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한데.일단 난 비주얼리스트가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길복순’도 서사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서사를 비트는 한편 또 뻔한 걸 즐기게 하고도 싶었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내 영화의 비주얼은 일단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그간 계속 작품을 같이 해온 한아름 미술감독에게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그럼 한 미감이 미술이 어느 정도 떠 있길 바라느냐, 땅에 붙어있길 바라느냐고 묻는다. 난 이번에는 ‘불한당’보다 더 가보자고 했다. 황당한 것과 현실적인 걸 섞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첫 장면은 동호대교지만, 평행서울 같은 느낌으로 가자고 했다. 이 영화 속 서울은 서울이되 평행서울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미술감독이 많이 참여해서 크레딧도 그 순서대로 갔다. 보통 크레딧에는 감독, 촬영감독 순으로 들어가는데 ‘길복순’은 감독, 미술감독 순으로 들어갔다. -딸의 키스 장면은 미성년자들의 연기 장면인 만큼, 넷플릭스 담당자와 변호인들과 같이 배우들의 부모님과 상의를 한 뒤 부모님 입회 하에 찍었다고 하던데.그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스케이트 보드 공간이 전국에서 가장 이질적이어서 결정했는데 허가 받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늦게 찍었다. 배우들이 미성년자들이고 내가 성인 남성이다보니 그 장면을 직접 디렉션하기가 버겁더라. 그래서 전도연을 불러서 그에게 디렉션을 설명해주고, 전도연이 다시 김시아 등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전달해줬다. 전도연이 정말 디렉션을 잘 해줬다.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이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그 후보자가 아들의 살해를 의뢰한다는 게 영화의 갈등 구조 중 하나인데. 특정 정치인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어느 진영이나 어떤 정치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냥 딸을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하려는 엄마와 자기 일을 위해 아들을 죽이려는 아빠를 대비시키려고 했을 뿐이다. -설경구와 세 번째 작품을 같이 했는데 다음에도 같이 하나.설경구에게도 진짜로 이번만 같이 하고 한 텀 쉬고 다시 하든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둘이 그만 같이 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다만 다음 영화에 설경구와 같이 하게 되면, 이번에는 절대 슈트를 입히지 않을 것이다. 꼬깃꼬깃하게 구겨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마치 ‘오아시스’의 설경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성오가 연기한 신상사는 너무 아쉽게 퇴장하는데. 신상사 스핀오프가 있으면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 아, 그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김성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김성오는 내가 가장 친한 배우다. 동네형 같은 사람이다. -길복순의 어린 시절, 얼굴이 마치 아수라 같이 그려지는데. 그 아수라 같은 모습이 전도연의 모습과 겹쳐지는데.킬러일 때 전도연은 왼쪽 얼굴을, 엄마일 때 전도연은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아이 일로 전화받을 때는 카메라가 오른쪽 얼굴을 비춘다. 설경구와 떡볶이를 먹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오른쪽으로 받는다. 국무총리 후보 아들을 죽이려 할 때 딸에게 전화가 와서 받을 때 카메라가 이유 없이 돌아서 전도연의 오른쪽 얼굴을 비추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 떡볶이집이 매우 유명한 맛집인 건 알고 있었나.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먹어보지도 못했다. ‘불한당’때는 떡볶이 장면을 찍으면서 먹었는데, ‘길복순’은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날이 설경구와 전도연 촬영 첫날이라 너무 긴장해서 못 먹었다. -설경구의 젊은 시절을 이재욱이 연기했는데. 도대체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연출부가 이재욱의 클립을 보여줘서 캐스팅할 때는 그가 그렇게 잘 생긴 줄 몰랐다. 그렇게 유명한 배우인지도 몰랐고. 그냥 내가 본 클립에서 제일 연기를 잘했다. 그때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때라 만나서 오디션을 못 했다. 이재욱으로 결정하고 난 뒤 연락처를 받아서 설경구가 이 영화에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영상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외모를 흉내낼 수는 없었는지 목소리를 닮도록 준비해 왔더라. -‘길복순’은 음악이 전작들과 달리 혼종 느낌인데.다른 작품들처럼 김홍집 음악감독에게 음악을 부탁드렸는데, 이번에는 짬뽕이었으면 했다. 테크노도 나오고 족보에 없는 듯한 음악. 언제나 그렇듯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주셨다.-왜 ‘길복순’은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었나. 이 내용으로 다른 투자사에서 150억원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내 기준으로 대한민국 1등 배우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소개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투자가 안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차기작은.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써놓은 것도, 준비해놓은 것도 없다. -변성현은 성공한 덕후이자, 빻은 취향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장인이라는 평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마니아팬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빻은 취향이란 게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다. 빻았다는 건 안 좋다는 뜻인가?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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